우린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요?
#1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누구보다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가까이서 보면 결함이나 단점을 더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켜야 할 경계가 허물어진 관계는 서로 상처를 주고, 그 상처는 다른 관계보다 깊은 흉터를 남깁니다.
그럴 수록 인간의 보편적인 부족함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그 사람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모든 이들이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부족한 사람 둘이 만나 발걸음을 맞춰 가는 노력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세바시 인생질문 2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중에서>
#2
사랑의 관계를 형성한다고 해서 내 결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여가 없다는 의미에서의 ‘완전한’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방을 통해서 내 결여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는 있다. 내 결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결여가 더는 고통이 아닌 생, 그런 생을 살 수 있게 된 사람을 ‘온전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사랑은 나를 ‘완전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온전하게’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 사랑 속에 있는 것이다. ‘홀로 있을 때가 아니라 그와 함께 있을 때, 나는 더 온전해진다.’ p.333 넙치의 온전함에 대해서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인간은 두 개체가 한 몸으로 붙어 있었고, 얼굴은 서로 반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 모양은 구(球)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신을 공격하기 까지 했던 아주 오만했던 인간들을 제우스가 고심 끝에 반으로 갈라버렸고, 반쪽을 그리워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다고 하지요. 우리는 그러니 하나가 둘로 나뉘어진 존재이기에 평생을 하나가 되고자 노력하는 삶을 사는 반편의 인생, 넙치를 닮은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p.334-335 축약
우리가 오늘날에도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은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나는, 내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사실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누군가를 만나서 온전해진다. 다만 그것은 위 신화가 말하는 것처럼 운명적 짝을 다시 만나 이뤄지는 기적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로 인해 더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상호 배려로 성취되는 일일 터이다. p.336 인간은 마치 넙치처럼
<신형철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에서>
오랜만에 돌아온 인생의 단맛의 토론 주제는 <사랑> 입니다.
사랑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이는 과거의 생각의 대척점을 향해가기도 하고, 막연했던 방향성에서 세부 갈래를 찾게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과 사랑에 대해서 알게 되는 과정이 같은 이유는 그 둘이 함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과 나를 사랑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나에 대해서 깊게 알고자 할수록 사랑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을 것입니다. 큰 틀에서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향성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같습니다. 그 안에서 더 세세하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모여 그것을 지금의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한때는 내 안의 결핍을 상대를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동력과 사랑을 찾고자 하는 힘은 결핍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노력과 시도 끝에 알게 된 것은 나의 결핍은 타인의 존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도들이 어쩌면 무의미 했다는 것을 꽤나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습니다. 결핍이라는 것은 딱 하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채워졌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핍이 채워지면 내가 생각하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결핍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채로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의 결핍과 너의 결핍이 만나 그것을 서로 채우기도 하고, 채워지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이대로도 괜찮은 일, 온전해지는 일. 그것을 지금은 사랑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지금, 사랑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요? 인생의 단맛에서 한 조각의 초콜릿과 함께 사랑에 대한 이야기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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