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요?
“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격언 “너 자신을 알라”는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려주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 자신을 아는 일’, 즉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인류가 오랫동안 직면한, 그러나 쉽사리 풀지 못한 숙제인 셈이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런저런 말들로 인간 존재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정체성은 쉽사리 그 비밀을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마다 얼굴과 체형이 다르듯, 정체성 역시 사람마다 다르고, 그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성취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자장을 더 넓혀놓았다. ‘과거’에 대한 깊이 있는 과학적 탐구는 인류가 진화해 온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한때 ‘신’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던 인간의 정체성 논의를 더욱 확장시켰다. 그런가 하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새로운 변곡점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